중장년 맞춤형 취업, 내 인생의 두 번째 전성기

그날 아침, 나는 좀 지쳐 있었어요

그날은 유난히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블로그 통계를 확인했는데, 수익이 반 토막이 나 있었거든요.
이럴 때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있죠. ‘이 나이에, 나 뭐하고 있나.’

사실 블로그는 저한테 단순한 일이 아니었어요. 아이들 키워놓고 나서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으로 다시 살아가게 해준 일이었거든요. 글 쓰는 게 재밌었고, 수익이 생기니 살아갈 힘도 됐죠. 그런데 수익이 들쑥날쑥한 날이 많아지면서, 점점 마음도 흔들리더라고요.

나중엔 이런 상상을 자주 했어요. 블로그가 갑자기 닫히면 어떡하지? 수익이 0원이면? 내일부터는 뭘로 살아가지?
그런 날이 쌓이다 보니, 무언가 하나라도 준비해둬야겠다 싶었어요. 무작정 검색창에 ‘중장년 일자리’라고 적었죠.

생각보다 정보는 많았지만, 막상 마음이 동하진 않았어요.
자격증 이야기, 국비지원 교육, 단시간 근무, 돌봄, 요양…
그 많은 단어들이 이상하게 나랑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어요.

문을 열기까지 한참이 걸렸어요

며칠 후, 우연히 주민센터에 볼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복도 벽에 걸린 안내문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중장년 맞춤형 취업 상담 진행 중”

처음엔 그냥 지나쳤어요. 근데 몇 걸음 가다 멈춰 섰어요.
가만히 그 문구를 떠올리는데 마음 한쪽에서 ‘지금 아니면 또 미루겠지’ 하는 목소리가 들렸거든요.
그래서 발걸음을 돌려 조용히 문을 열었어요.

작은 상담실 안엔 중년 여성 한 분이 앉아 계셨고, 제가 들어가자 환하게 웃으시며 인사를 건네셨어요.
처음엔 어색했죠. 내가 여기 왜 왔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 얘기를 찬찬히 들어주시고, 제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하나씩 짚어주시는데 묘하게 마음이 풀렸어요.

그날 이후로 몇 번 더 상담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속으로 ‘이렇게 한다고 될까?’ 싶었지만, 그래도 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을까

상담사님께서 몇 가지 직업을 추천해주셨어요.
문서 정리 보조, 상담원, 요양보조, 단기 교육 강사, 디지털 교육 도우미…
그중에서 ‘디지털 기초 교육 도우미’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어요.

블로그를 하다 보니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기본적인 건 익숙했거든요.
어르신들 대상으로 수업하는 자리라 조금 마음이 놓였고요.

다만 걱정이 있었어요. 말재주가 있는 편이 아니고, 낯선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하는 성격이거든요.
“제가 강의는 못할 것 같은데요…”
말을 흐리자 상담사님이 웃으시면서 그러셨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거 하나도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조금 용기를 냈어요. 그래, 도와주는 거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첫 수업 날, 손이 떨렸던 기억

강의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테이블마다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고, 대부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계셨는데 낯설고 불안한 눈빛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첫 수업은 사진 보내기였어요.
“이걸 누르면 돼요?”
“문자에 사진 붙이는 건 어떻게 해요?”
질문이 쏟아졌고, 저도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도 어르신 한 분 한 분 옆에 서서 천천히 설명드리다 보니, 어느 순간 웃음소리도 들리고 분위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졌어요.
수업이 끝나고 한 어르신이 제 손을 꼭 잡으셨어요.

“아가씨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손주 사진 보내봤어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내가 뭔가 도움이 됐구나,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그게 그렇게 뭉클한 감정일 줄은 몰랐어요.

블로그 수익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일주일에 세 번, 디지털 교육센터에 나가서 어르신들께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쓰는 법을 알려드려요.

누가 보면 시급 몇천 원짜리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값진 일이에요.
수업이 끝날 때마다 “다음에도 또 알려줘요” 하시는 말에 보람이 차오르니까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경험들이 블로그 글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어요.
예전에는 키오스크 설명 글을 쓸 때 자료만 보고 썼다면, 지금은 제가 직접 겪은 사례로 글을 풀어낼 수 있으니 더 생생하고, 독자 반응도 좋아요.

물론 하루하루 체력적으로 힘든 날도 있고, 수업 준비에 시간 쏟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는 안정감은 큽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직 ‘사회와 연결된 사람’이라는 감각이 들 때마다 마음이 놓여요.

중장년 맞춤형 취업을 준비하며 겪은 감정 변화 정리표

시점 상황 당시 제 감정이나 생각
블로그 수익 급감 후 생계에 대한 불안감 증가 “블로그로만 살 순 없겠다. 뭔가 준비를 해야 해.”
중장년 취업 검색 각종 정부지원 정보 탐색 시작 “정보는 많은데, 나랑 맞는 건 없어 보인다.”
주민센터 방문 ‘중장년 맞춤 취업 상담’ 포스터 목격 “발길을 돌릴까? 그래도 한번은 들어보자.”
첫 상담 맞춤형 일자리 제안 수락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렵지만 시도는 해보자.”
첫 강의 전날 강의자료 준비, 현장 방문 전날 “오랜만에 밤새 고민했다. 긴장되고 설렌다.”
첫 강의 직후 디지털 기초 교육 도우미로 첫 수업 “머리가 하얘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뭘 한 건지도 모르겠다.”
두 달 후 수강생들과 유대감 형성, 교육 스킬 향상 “이제는 나도 도움이 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주 3회 출근, 블로그와 병행하는 삶 “내가 다시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내가 마주한 가장 따뜻한 문장 하나

아직도 그 상담사님이 마지막 날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아요.
“중요한 건 경력이 아니에요. 본인이 진심으로 다시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느냐예요.”

그 말이 진짜였다는 걸 요즘 매번 느끼고 있어요.
제가 가진 경험도, 내가 했던 선택들도 이제는 남들과 나눌 수 있는 자산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아직도 주변에서 말해요.
“그 나이에 그런 일까지 하긴 좀 그렇지 않아?”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제 인생의 가장 당당한 챕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구나 언젠가는 인생의 쉼표를 만나게 돼요.
문제는 그 뒤에 어떻게 다시 문장을 이어갈지예요.

저는 제 문장을 다시 써내려가고 있어요.
조금은 늦게,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히.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출발점일 수 있다.”
그 말을 이제는 믿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망설이지 마세요.
주민센터 상담실 문 앞에서 멈춰선 저처럼, 지금 잠깐 발걸음을 멈춘 그 자리가… 당신의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