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던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던 어느 날
퇴직하고 나니까요. 시간은 많은데 정작 할 게 없더라고요. 처음엔 ‘이제 좀 쉬자’ 하는 마음이 컸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어요.
하루 종일 TV만 보다 보면 눈도 아프고, 밥 먹고 설거지하면 벌써 오후고, 그 다음엔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한 번은 마트에 가는데, 계산대 앞에서 저랑 나이 비슷한 분이 “오늘 일 나갔다가 바로 오느라 좀 피곤하네” 하고 얘기하시는 걸 들었어요. 순간 귀가 쫑긋해지더라고요.
“일이요? 어디서요?” 하고 물어봤더니, 동네 노인일자리센터에서 스쿨존 도우미로 나간 거래요.
그 말 듣고 나서부터 ‘나도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가만히 집에만 있는 게 오히려 몸이 더 아프더라고요.
직접 알아보러 갔던 첫날, 어색하고 쭈뼛했던 기억
다음 날 아침, 커피 한 잔 마시고는 주민센터로 갔어요. 그날 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두근거리더라고요.
“저… 노인일자리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하고 물었는데, 친절하게 알려주시긴 했지만 막상 안내지를 받고 보니 너무 종류가 많은 거예요.
공공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이름도 어렵고 생소해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예요.
‘이걸 다 외워야 하나? 다 알아보고 골라야 하나?’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그래서 그냥 앉아서 담당자분한테 솔직하게 말했어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몸 안 아프고 사람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걸로 추천 좀 해주세요…”
담당자분이 웃으시더니 “그럼 복지관 도우미 어때요?”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복지관 노인일자리 도전을 시작했어요.
이 일 할까 저 일 할까,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엔 솔직히 복지관 도우미 말고도 유치원 보조 같은 것도 끌렸어요. 아이들 좋아하거든요.
근데 아는 분이 그 자리 했다가 허리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애들이 에너지가 넘쳐서 따라다니기 벅찼다나 뭐라나…
또 다른 분은 환경정비 같은 일 하셨는데, 날씨 영향 많이 받는다고 해서 살짝 망설여졌고요.
그때 결정적으로 마음이 기운 건, ‘복지관 도우미는 실내에서 일하고, 말동무해주는 일이라 정서적으로도 좋다’는 말이었어요.
저는 하루에 3시간씩, 주 3회 출근하는 걸로 배정받았고, 오전 시간대라 집안일에도 방해 안 됐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마음이 편해졌어요
첫 출근 날, 정말 멀쩡하게 입고 갔는데… 어르신 한 분이 그러시는 거예요. “아가씨가 오늘 새로 왔네~”
순간 빵 터졌어요. 제가 어디 아가씨인가요. 60 넘은 저한테 그렇게 말해주시니 웃음이 절로 나더라고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출석 체크하고, 프로그램실 정리 도와드리고, 어르신들께 따뜻한 차 한 잔 내드리고, 말벗 되어드리는 일이었어요.
하루는 미술 프로그램 진행하는 날이었는데, 색종이 자르는 도중 가위 들고 손 베일 뻔해서 식겁했던 적도 있어요. 어르신 앞에서 당황한 티 안내려고 애썼죠.
다행히 작은 일로 끝났는데, 그때 느꼈어요. 이 일도 작은 실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걸요.
복지관 일 하면서 제가 직접 느낀 좋은 점과 살짝 아쉬웠던 점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이 정말 많아요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따뜻해진다는 거예요. 그냥 시간 때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오늘 안 나오셨으면 심심할 뻔했어요” 하시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또 다른 장점은 생활 리듬이 생긴다는 거예요. 출근한다는 이유 하나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고, 옷 단정히 챙겨입고 나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내가 다시 사회 속에 있다는 느낌,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뿌듯했어요.
아쉬운 점도 솔직히 있어요
일단 수당이 아주 크진 않아요. 한 달에 27만 원 정도 받는데, 물론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해도, 생활비에 큰 도움은 안 돼요.
그리고 근무 기간이 한정적이에요. 보통 10개월 일하고 나면 다시 신청해야 하는데, 자리가 늘 넉넉한 건 아니라서 다음 해엔 못할 수도 있어요.
가끔은 너무 조용한 날이 있어서, 어르신들 안 오시면 그냥 앉아만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좀 무료하긴 해요.
그치만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이 일은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제가 직접 알아보고 느낀 노인일자리 종류별 특징 정리표
일자리 종류 | 시간대 | 근무 환경 | 체력 부담 | 인기 여부 | 제 느낌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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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교통지도 | 오전 7~9시 | 실외 | 다소 있음 | 매우 높음 | 추운 날엔 힘들지만 보람은 커요 |
복지관 도우미 | 오전~오후 중 택 | 실내 | 낮음 | 중간 | 말벗 되어드리는 게 생각보다 따뜻했어요 |
환경정비 | 오전 또는 오후 | 실외 | 중간 이상 | 중간 | 날씨 영향 많이 받아요 |
경로당 프로그램 보조 | 오전~오후 중 택 | 실내 | 낮음 | 낮음 | 조용한 날엔 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해요 |
시장형 일자리 (매점 등) | 요일별 유동적 | 실내/실외 혼합 | 중간 | 낮음 | 약간은 장사 느낌도 있어서 성격 따라 달라요 |
복지관 도우미 일 하면서 느꼈던 현실적인 장점과 솔직한 단점
구분 | 제가 직접 겪어보고 느낀 점 |
---|---|
좋은 점 |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생활 리듬이 생겨요 |
말동무가 필요한 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 |
실내에서 근무하니까 날씨 상관 없고 편해요 | |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정서적 안정도 돼요 | |
아쉬운 점 | 수당이 아주 크지는 않아서 경제적 기대는 조금 낮춰야 해요 |
1년 가까이 일하다가 끝나면 다시 신청해야 해서 지속성이 조금 아쉬워요 | |
담당자나 다른 참여자와 성향이 다르면 초반엔 적응이 필요할 수 있어요 | |
프로그램이 없는 날엔 그냥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서 무료할 수 있어요 |
지금 이 글 읽는 분께 꼭 드리고 싶은 현실 조언
혹시라도 ‘내가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드시는 분들 계시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저도 그랬어요.
근데 막상 해보면요. 생각보다 훨씬 쉬워요.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하루하루가 달라져요.
신청하러 가기 전에, 가까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전화해서 미리 정보 받아보는 것도 좋아요.
가능하면 내가 사는 동네 근처로 배정받는 게 제일 좋고요. 교통비도 절약되고 시간도 아끼거든요.
무조건 인기 많은 자리보단, 내 성격이랑 체력에 맞는 일을 고르는 게 훨씬 오래가요.
그리고, 처음에 잘 몰라도 괜찮아요. 담당자분들이 워낙 많이 접해보셔서, 하나하나 다 도와주세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신청서 쓸 때 너무 긴장해서, ‘주민등록번호 칸’에 생년월일까지만 쓰고 넘긴 적도 있어요. 민망했죠.
근데 누구나 처음은 그런 거더라고요. 나만 실수하는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말고 도전해보세요.
노인일자리는 그냥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다시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해요.
조금 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은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해요.